[스위스 트래킹 추천 코스] 피르스트에서 알프스를 담은 호수, 바흐알프제까지



글·사진 | 미뇩사마·기므네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날씨마저 완벽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날았다. 오전에 했던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이야기다. 우린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이라니.


숙소로 돌아와 USB에 담긴 패러글라이딩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겼다. 와이프는 침대에 누워, 난 의자에 앉아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가방에 2리터 물을 넣고, 경량 패딩, 카메라를 챙겨 다시 밖으로 나갔다. 오후 일정은 「바흐알프제(Bachalpsee)」였다.



+ 「Bihidus」 커피 맛 요거트;;; 커피우유가 아니었다.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 역 맞은편 쿱(Coop)에서 빵이랑 인스턴트 파스타, 음료수를 샀다. 그린델발트(Grindelwald)로 가는 기차 안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중간 역에서 잠시 멈춘 열차는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열차에 문제가 생겨 지금 고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30분이 지났다. 그때까지도 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우린 다음 편 기차로 옮겨탔다.


마이너스 30분



+ 그린델발트(Grindelwald) 역



그린델발트, 멋진 마을이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병풍처럼 거대한 알프스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리도 멋진 기차역이 또 있을까?」





우린 마을을 구경하며 천천히 곤돌라 승강장으로 향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도 우리처럼 「피르스트(First)」로 가는 곤돌라 승강장으로 간다고 했다. 그들과 함께 걸었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곤돌라 탑승장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다.



※ 「융프라우 VIP 패스」 소지자는 그린델발트 ↔ 피르스트 구간 곤돌라 무료 이용 가능.



+ 그린델발트 곤돌라 승강장 위치




+ 곤돌라 안에서 본 피르스트 가는 길



피르스트(First)로 가는 곤돌라를 탔다. 한국인 여성 두 분도 함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분은 자매였다. 초록의 경사진 들판에 옹기종기 지어진 작은 집들, 그 뒤로 펼쳐진 거대한 알프스산맥, 종을 울리며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 올라가는 동안 멋진 풍경은 계속됐다.


출발한지 5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곤돌라가 멈췄다. 한두 차례 찔끔찔끔 움직이긴 했지만 그렇게 멈춘 곤돌라는 1시간이 지나서야 올라가기 시작했다.





곤돌라가 멈춰있던 1시간 동안 와이프는 「여기서 떨어지면 죽는 거 아니야?」란 당연한 질문을 5번 넘게 내게 물었고, 함께 타고 있던 여성분은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해 대신 항의해달라고 부탁했으며, 그 결과로 「곧 움직일 거야.」라는 영양가 없는 대답을 받았다. 우리 앞 곤돌라에 타고 있던 한국인 할머니는 트래킹 하는 외국인에게 「살려주세요!」라고 한국말로 소리쳤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외국인은 화답했다. 😂


마이너스 1시간









피르스트(First)에서 바흐알프제(Bachalpsee)까지는 걸어서 40~50분 정도 소요됐다. 피르스트에서 내린 사람들 중 바흐알프제로 가는 사람들은 우리 곤돌라에 탔던 4명이 전부였다. 자매 두 분은 앞서 걸어갔고, 우린 천천히 뒤따라 걸었다. 


어려움 없는 완만한 평지의 트래킹 코스였다. 위(▲)와 같은 멋진 풍경을 보며 걸으니 전혀 힘들지 않았다. 주변은 조용했다. 그 흔한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쩌다 소들의 목에 달린 종소리가 멀리서 들리거나 「졸졸」거리는 시냇물 소리가 전부였다. 눈앞에 보이는 CG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걸어갔다.





※ 그린델발트-피르스트 구간 곤돌라 마지막 운행시간 숙지 후 이용


피르스트에서 바흐알프제까지는 왕복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코스(왕복 6.2km)로 오후에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곤돌라 마지막 운행시간을 숙지하고 트래킹을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만약 마지막 곤돌라를 놓치게 되면 그린델발트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데 3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보통 오후 4시 반 또는 5시에 곤돌라 운행이 종료된다. 월별로 운행시간이 다르니 곤돌라 승강장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바흐알프제(Bachalpsee)는 생각보다 작았다. 멀리서 보니 약간 저수지 같은 느낌이었다. 애써 실망감을 감추고 호수에 다가갔다. 앞서 출발했던 자매 분들도 도착해 계셨다.


「혹시 피르스트에서 그린델발트 가는 곤돌라 운행시간 끝난 거 아셨어요?」


「네!? 끝났어요? 저흰 몰랐어요.」 그녀들의 물음에 우린 대답했다.


걸어 내려가야 된다는 걱정도 잠시 호수에 비친 알프스 봉우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호수에는 거대한 알프스가 담겨있었다. 꽤나 멋진 모습이었다. 마구 셔터를 눌렀다. 여유롭게 구경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없었다. 해가 점점 지고 있었다.



+ 바흐알프제 위치






■ 바흐알프제(Bachalpsee)


알프스를 담은 호수, 바흐알프제. 바흐알프제에는 왼쪽부터 베터호른, 슈렉호른, 핀스터아어호른, 피셔호른 이 4개의 영봉이 호수에 담기게 된다. 호수에 비친 알프스 반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곤돌라에서 만난 자매 분들과 3시간을 넘게 걸어 그린델발트에 도착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거리 트래킹(Tracking)이었다. 다행히 달이 밝아 주변이 많이 어둡지 않았다.(대신 별을 보지 못했다.) 10km가 넘는 거리였지만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둘만 있었다면 꽤나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텐데 말이다.


자매 분들의 숙소는 그린델발트였다. 우린 함께 셀카를 찍었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혹시 인터라켄으로 가는 막차가 끊겼으면 연락해요. 재워줄 테니.」


「고마워요.」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는 모두 끊겼지만 다행히 10시 19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가 남아 있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11시가 넘어 우린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와이프는 바로 뻗었고, 난 허기를 달래러 신(辛)라면 한 봉지를 들고 지하 주방으로 내려갔다.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었다. 허벅지랑 종아리가 덜덜 떨렸다. 「진짜 별일 다 있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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