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10일, 인도 여행] 역시 타지마할
- Travel Log/'18 인도
- 2018. 4. 30. 22:21
글·사진 | 미뇩사마
전날 저녁, 식사와 함께 마신 인도 맥주 킹피셔 2캔에 기분이 알딸딸해졌다. 무사히 아그라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에 시원한 맥주가 꿀꺽꿀꺽 저절로 넘어갔다. 살짝 취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기념품 샵에 들러 코끼리 바지와 셔츠를 구입했다. 자고 일어나 생각해보니 결코 저렴하게 산건 아니었다. 술김에 좋은 게 좋다고 웃으며 산 게 화근이었다.
전날 구입한 코끼리 바지와 셔츠를 입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타지마할 동문(East Gate)까지는 700m로 슬렁슬렁 걸어가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헤이 친구~"로 말을 걸어오는 자전거 릭샤꾼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그들의 달라붙음이 그리 짜증스럽거나 귀찮지 않았다. 두 손 모아 합장 자세를 취하고 가볍게 웃으며 거절했다. "No, Thank you."라는 말과 함께.
+ 타지마할 동문 위치
타지마할(Taj Mahal)로 들어가는 입구는 동문, 서문, 남문 이렇게 3곳이다. 이 중 남문(South Gate)은 다른 출입구보다 늦게 열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입장을 하려면 서문(West Gate)과 동문(East Gate)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 남문(South Gate) : 08:00~18:00
- 동문(East Gate), 서문(West Gate) : 일출~일몰
+ 타지마할 정문(Main Gate)
타지마할 입장 티켓을 사서 동문으로 들어갔다. 지키고 있던 보안원이 꽤나 꼼꼼하게 소지품을 검사했다. 가지고 갔던 고프로 셀카봉의 숨겨진 삼각대까지 빼서 보는 걸 보고 '이야~ 뭐 숨겼을까 봐 저 안에까지 살펴보는 거야?'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보안원은 단호히 삼각대는 반입이 안된다며 손가락으로 문밖을 가리켰다. 보관하는 곳에 맡기고 오라는 말에 순순히 알겠다고 했다. 티켓을 판매하던 곳에서 무료로 삼각대를 맡긴 뒤 다시 동문으로 들어갔다.
타지마할 입장 티켓을 구입하면, 물 1병과 신발 덮개를 준다. 타지마할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신발 덮개를 꼭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정문(Main Gate) 너머 하얀색의 타지마할이 슬쩍슬쩍 모습을 비췄다. '드디어 타지마할인가?'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했다. 아직 오전 10시가 안된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많았다. 인파를 지나 정문을 통과했다. 햇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타지마할이 눈에 들어왔다.
'이야~ 역시 타지마할이네!!'
정말 아름다웠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을 타지마할을 보면서 다시 느꼈다. 사진으로 너무 자주 보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별 감흥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직접 눈앞에 놓고 봤을 때의 그 느낌은 감동 그 자체였다. 공기가 그리 맑지 않았다. 탁한 공기로 인해 주변이 뿌연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타지마할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사진 스팟인 다이애나 의자는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순서대로, 차례차례, 이런 공식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았다.(여기가 어딘가? 인도다. 무질서의 천국, 카오스 인도) 내가 셀카봉을 들고 찍고 있었지만 바로 옆으로 치고 들어와 사진을 찍었다. 나도 가리고 남들도 가리고 그냥 요령껏 눈치껏 사람 없을 때 찍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고프로로도 찍고, 소니 카메라(RX100M4)로도 찍고, 폰으로도 열심히 찍었다.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한국에 있는 와이프에게 보냈다. 합성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그만큼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는 이야기겠지?) 어느 정도 사진을 찍고 난 뒤 벤치에 앉았다. 땡볕 아래 철제 벤치라 그런지 무진장 뜨거웠다. 앉자마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타지마할이 딱! 이쁘게 보이는 벤치였는데;;; 엉덩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없이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타지마할 내부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젊은 인도 청년이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쿨하게 "Sure."을 외쳤다. 셀카를 찍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가왔다. 신나게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그들은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부담스러운 눈빛 뒤에 숨겨진 인도 사람들의 순박함이었다.
타지마할 구경을 끝내고 나올 땐 남문(South Gate)을 이용했다. 나와서 생각이 들었다. 동문에 삼각대를 맡겨놨다는 사실을. 기념품을 사라는 어린 삐끼들의 호객행위를 눈웃음으로 거절하며 동문으로 향했다. 삼각대를 찾고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땀을 식혔다. 다음 목적지인 아그라 포트까지 릭샤 요금은 또 얼마로 흥정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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