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볼거리, 명소] 아이슬란드 이색 장소, 솔헤이마산두르 비행기 잔해(Solheimasandur Plane Wreck)



글,사진 | 미뇩사마



아이슬란드 여행 3일차,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 빙하를 구경하고 차에 올랐다. 빙하지대 위를 가득 매운 시커먼 구름이 차가운 비를 뿌리고 있었다. 우린 그 먹구름을 뒤로하고 아래로 그리고 동쪽으로 이동했다. 아이슬란드 1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얼마나 갔을까? 길 바로 옆 주차장에 적지 않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그랬다.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Reykjavík)를 벗어나면서 도로에서 차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로에는 달리는 차가 없는데 관광지 주차장만 가면 다들 어디서 달리다 나타난 건지 꽤 많은 차들이 모여있었다. 매번 신기했다.



+ 길 옆 주차장에서 남쪽 바닷가로 나가는 소박한 출입문


+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은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게 했다.


+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왼편으로 바라 본 풍경



우리도 잠시 차를 길 옆 주차장에 세웠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울타리 작은 문을 통과해 아이슬란드 남쪽 해변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우리 역시 "잠깐 걸으면서" 몸도 풀고, 바닷바람도 쐬고 오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잠깐"만 걸으면 바닷가에 도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린 2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 빙하지대 위에 머물던 먹구름은 더 이상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우리 머리 위로 새털구름이 가볍게 떠있었고, 구름 사이사이 아이슬란드의 낮은 하늘이 슬쩍슬쩍 푸른빛을 내비쳤다. 빙하를 품고 온 차가운 바람은 콧속으로 상쾌하게 빨려 들어갔다. 폐가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순간 행복해졌다.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지평선과 그 뒤 이어진 수평선은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가까워 보였지만 걸어도 걸어도 그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뒤돌아 보니 이젠 차가 있던 주차장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온 게 아까워 계속 가기로 했다. 날씨도 좋고 길도 평지라 큰 무리는 없었다. 1시간쯤 걸었을까? 앞서가던 사람들이 바닷가 쪽이 아니라 길 왼편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뭐지? 저쪽에 뭐 있나 보다!" 우리도 뒤따라 갔다. 작은 언덕을 넘으니 멀리 사진에서 봤던 낯익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 잔해(Plane Wreck)"였다.



+ 솔헤이마산두르 비행기 잔해(Solheimasandur Plane Wreck) 위치











■ 솔헤이마산두르 비행기 잔해(Solheimasandur Plane Wreck)


· 1973년 연료 부족으로 솔헤이마산두르(Solheimasandur) 해변에 불시착한 미 해군 소속 DC-3 비행기의 잔해. 

· 아이슬란드 밴드인 시규어로스(Sigur Ros)의 필름 Heima에도 등장.(아래 Youtube 영상 27분 04초 부분 참조)

· 1번 국도 주차장에서 비행기 잔해까지의 거리는 4.1km(왕복 8km 이상이며 2시간 정도 소요)



+ Sigur Ros's Film "Heima"



아이슬란드로 넘어오기 전 블로그를 살피다 이 비행기 잔해가 담긴 사진을 봤었다. 그 당시에는 여기도 한 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억에서 잊혀 버렸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지금 이렇게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더 기분이 좋았다. 어떻게 해서든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1시간 동안 걸은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해변에 불시착한 비행기의 잔해는 40년이 지난 지금 마치 아이슬란드 자연의 한 부분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아이슬란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흐린 날에 봤으면 더 느낌 있을 거 같았다.



+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는 길 : 왼쪽 풍경


+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는 길 : 오른쪽 풍경




+ 걸어서 왕복 2시간, 수고했다.👏



비행기 잔해 구경을 마쳤다. 프랑스 파리 생트 샤펠 성당(Sainte-Chapelle) 이후 또 한 번 우연찮게 얻은 기쁨이었다. 주차장까지 다시 1시간을 걸어야 했지만 '한 번 왔던 길이니깐 은근 가깝게 느껴질 거야.' 라는 자기합리화를 시전하며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남쪽으로 내려오는 먹구름 앞으로 커다란 무지개가 떴다. 돌아오는 길을 장식할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이었다.



👉프랑스 파리 생트 샤펠 성당 포스팅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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