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나홀로 여행 2일차, 영화 러브레터 성지순례
- Travel Log/'18 일본(홋카이도)
- 2018. 4. 4. 20:45
글·사진 | 미뇩사마
참고로 이번 여행기 대부분의 사진들은 아이폰 FEICA 카메라 어플을 통해 촬영되었습니다.(필름 카메라 느낌의 감성을 담아보고 싶었거든요. 잘 되진 않았지만;;;) 그리고 방문한 러브레터 촬영지에 대한 위치를 알고 싶은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행 2일차, 본격적으로 오타루(Otaru)를 돌아보는 날입니다. 숙소를 나서니 온통 눈 세상입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어마어마합니다. 역시 북해도군요. 집 앞 눈을 치우느라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작은 개인용 제설기도 있네요. 꽤나 멀리 눈을 날려줍니다. '군대에 하나씩 있으면 좋겠네. 겨울에 눈 치우기 편하게.' 라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참고로 전 강원도 고성에서 군생활 했습니다.)
첫 번째로 찾은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입니다. 오타루는 작은 도시이기에 이동은 모두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했습니다. [旧日本郵船(株) 小樽支店] 건물은 영화에서 주인공 이츠키가 일했던 도서관입니다. 입구 계단에서 친구와 함께 편지를 읽는 씬이 촬영된 곳이기도 합니다. 가지고 간 사진을 겹쳐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생각만큼 잘 찍히지 않네요. 한국에 있는 와이프에게 찍은 사진을 보냈더니 구리다고 합니다. 손에 든 사진을 앞으로 더 당겨 찍으라는 조언과 함께요. 지금은 손이 너무 시리니 다음 장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찍어봐야겠습니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촬영된 [Temiya Park]를 가야 하는데 시작부터 난관입니다. 외곽이라 그런지 제설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네요. 발이 쑥쑥 빠집니다. 어디 가 도로고, 어디 가 인도인지 구분도 잘 안 갑니다. 이 와중에 장딴지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가 봅니다. 길을 잘못 들어 빙 둘러서 입구까지 갔는데 여긴 더 가관입니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도 없고 눈도 너무 많이 쌓여있어 결국 포기.
다시 찾았습니다. 와이프 조언대로 사진을 카메라 앞쪽으로 당겨 찍어봅니다. 먼젓번보다는 잘 찍은 거 같습니다. 다시 와이프에게 찍은 사진을 보냈습니다. 역시나 구리답니다.
북쪽 오타루 운하 끝에서부터 죽 따라 내려옵니다. 별거 아닌 건물들인데 괜히 느낌 있어 보입니다. 혼자 걷고 있으니 더 그런거 같습니다. 이쪽 길은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네요. 길에 눈도 많은데 잘 뛰어다닙니다. 사람까지 태우고 말이죠. 대단합니다. 프로들이네요.
세 번째로 찾은 장소입니다. [旧小樽倉庫本社]. 이번에는 제가 봐도 잘 찍었습니다. 영화 러브레터는 1999년 개봉했습니다.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영화 속 이곳 주변은 정말 별게 없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많이 생겼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엄청난 속도로 늙어버린 거 같습니다. 나이는 먹었지만 마음만큼은 러브레터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때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여기에 서있는 거겠죠.
낮에 보는 오타루 운하는 밤보단 못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은 많아요. 특히 중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일본에 온 건지 중국에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죠.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본 여성분이 말을 걸어옵니다. 설문조사를 부탁하네요. 한 장인 줄 알았는데 두 장입니다. 한국말을 잘 합니다. 대구에서 몇 년 살았답니다. 여행 오기 전에 한국에서 와이파이 도시락을 가져왔다고 하니 역시 한국인이랍니다. 한국 여행자들은 준비성이 철저하다네요.(참고로 오타루 와이파이 관련 설문조사였습니다.) 설문지를 작성해주고 오타루 유명 초콜릿 비스킷 하나를 받았습니다. 맛있네요.
배가 고파 오타루 스시 거리에 있는 [스시겐]을 찾았습니다. 구글맵에서 평이 좋길래 들어간 곳입니다. 손님은 저를 제외한 한 팀뿐입니다. 조용해서 좋네요. 메뉴판이 그림입니다. 고퀄이고요. 덕분에 주문은 식은 죽 먹기네요. 10피스짜리 초밥입니다. 미식가처럼 맛이 연한 흰 살 생선부터 먹기 시작합니다. 그다음 붉은 살 그리고 알.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올려진 회가 너무 부드럽습니다. 전 쫄깃쫄깃한 게 좋습니다. 성게알 초밥과 연어알 초밥 그리고 생맥주가 가장 맛있습니다. 나머지는 별로. 들어올 땐 손님이 없었는데 나갈 때가 되니 식당이 꽉 찼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요. 근데 80%가 한국 사람입니다. 블로그 보고 온 게 아닌데 블로그에 나온 곳인가 봅니다.
+ 스시겐(おたる 鮨玄) 위치
오타루 오르골 상점을 보러 갑니다. 오타루 최대 번화가답게 사람도 많고, 가게도 많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밟아서 길에 눈은 없는데 중간중간 빙판길 있네요. 마주 오는 사람이 넘어지는 걸 보고 긴장하며 걸었음에도 호랑나비 춤을 한바탕 췄습니다. "호랑나비야 날아봐~" 넘어지지 않은 거에 감사를.
호그와트 기숙사 같은 오타루 오르골 상점 내부입니다. 명소답게 사람들로 미어 터집니다. 기념품을 하나 살까 하고 2층까지 꼼꼼히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습니다. 사람 소리, 그 사람들이 돌린 오르골 소리 때문에 정작 내가 돌린 오르골 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분위기 하나는 끝내줍니다.
네 번째로 찾은 러브레터 촬영지는 오타루 시청입니다. 영화에서는 감기에 걸린 여주인공 이츠키가 찾은 병원으로 나옵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사진 찍기가 힘드네요. 하루 종일 커피를 안 마셨더니 카페인도 너무 땡깁니다. 몸도 녹일 겸 오타루 역에 있는 카페로 갑니다.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자리가 없어요.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하나 사서 마십니다. 역 밖으로 나오니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조금 납니다. 러브레터 촬영지 다섯 번째 장소는 오타루 역 바로 옆 [후나미자카(船見坂)] 입니다. 러브레터 영화 초반 우체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오는 언덕입니다. 영화 속 장면 그대로 멀리 바다와 창고가 보입니다. 먼저 와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인 커플이 떠날 생각을 안 합니다. 여성분이 온갖 포즈를 다 취하네요. 러브레터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나 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나올법한 느낌의 다리라 한 번 찍어 봤습니다. 아래 하얗게 눈 쌓인 철도도 느낌 있습니다.
오타루 역 앞에 있는 [라멘 토카이야(らーめん渡海家)]에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문을 닫았습니다. 구글맵을 보고 급하게 찾은 곳 치곤 괜찮은 곳을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다시 검색해서 찾은 곳은 [야미안(自然派ラーメン処 麻ほろ)] 입니다. 아케이드로 눈 안맞고 가니 좋습니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아케이드 안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야미안]. 손님은 별로 없습니다. 매번 그렇지만 직원분이 너무 친절하게 맞아주네요. 가방과 두꺼운 옷을 벗으니 살 거 같습니다. 마치 엄청 무거운 망토를 벗어던진 피콜로가 된 기분입니다. 구석에 앉아 삿포로 생맥주와 오타루 라멘을 주문합니다. 깔끔한 소유라멘입니다.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다만 시원한 생맥주와의 궁합은 진하고 기름진 삿포로 라멘이 더 좋습니다.
+ 야미안(自然派ラーメン処 麻ほろ) 위치
확실히 오타루는 낮보다 밤이 더 분위기 있는 거 같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오타루 시내를 크게 한 바퀴 돌아 숙소로 향합니다. 당연히 중간에 세븐일레븐에 들러 맥주를 삽니다. 개운하게 씻고, 시원한 맥주로 마무리하면 이게 바로 [유종의 미]죠.
2만 6천보 걸었다고 나오네요. 3만 보는 넘게 걸은 거 같은데;;; 아이폰의 정확도가 의심스럽습니다. 어쨌거나 오늘도 꿀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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