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무지개산 비니쿤카를 오르다

무지개산 비니쿤카 썸네일



글·사진 | 미뇩사마·그뤠이스



 일어나 씻고, 어제 미리 싼 배낭을 메고 숙소 로비로 내려갔다. 새벽 3시 50분. 로비에 항상 비치되어 있는 따뜻한 물과 코카잎으로 코카차를 만들어 마셨다. 고산병에 좋다는 코카차. 오늘 있을 투어에 대비해 미리미리 마셔뒀다. 지금 마신다고 투어 때 고산병 증세가 안 나타나겠냐마는;;; 단순 마음의 안정 차원이었다.


 새벽 4시에 숙소 앞으로 픽업을 오기로 했지만 약속시간에서 10분이 지나도록 투어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겨진 숙소 문을 열고(숙소 직원이 열어줬다.)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봤지만 차는 보이지 않았다. 파비앙에게 카톡으로 픽업 차량이 오지 않는다고 메시지를 남기니 바로 답장이 왔다. 10분 뒤에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 안에서 기다리라고.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쿠스코의 치안은 꽤 괜찮다고 느꼈었는데 새벽은 그리 안전하지 않나 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다. 새벽과 안전이랑은 거리가 멀지.)





 약속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한 픽업 차량을 타고 본격적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차량에 탑승해 있었다. 와이프는 멀미 때문에 승합차 앞자리에 탔고, 난 뒤에 따로 앉았다. 우리까지 포함해 한국 사람은 8명 정도. 상당히 많았다. 가이드 설명은 스페인어, 영어순으로 진행됐다.(한국 사람은 이렇게 많았지만 한국말 가이드는 없었다.) 비니쿤카(Vinicunca) 투어의 시작!



비니쿤카


 비니쿤카(Vinicunca)란 케추아어로 "일곱 빛깔 산"을 뜻한다. 일명 "무지개 산"으로 불린다. 2015년에 처음 발견된 따끈따끈한 여행지다. 해발 5000m가 넘는 곳으로 주변 안데스산맥의 환상적인 경관을 보며 트래킹을 즐길 수 있지만 한편으론 고산병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비니쿤카(Vinicunca) 위치



무지개산 비니쿤카 입구 모습+ 비니쿤카 입구


비니쿤카 입구 주차장에서 바라본 안데스산맥의 모습





 오전 7시쯤 피투마르카(Pitumarca)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이후 우린 2시간 정도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비니쿤카 트래킹 코스 입구에 도착했다. 저 멀리 희끗희끗 눈이 쌓인 안데스산맥이 눈에 들어왔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구에서 비니쿤카까지는 2시간가량 소요된다고 했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말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데 우린 일찌감치 말을 타기로 했다. 이것만 있는게 아니었기에 향후 일정을 생각해 도전보단 안정을 택했다.



비니쿤카 투어

  • 보통 쿠스코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며 저녁 5~6시쯤 다시 쿠스코로 돌아오는 일정.
  • 투어에는 아침식사와 애매한 시간대의 저녁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 말을 타는 비용 : 올라갈 때(60솔), 내려올 때(30솔), 중간에 상황 보고 잡아타고 갈 수도 있다. 우리는 팁 10솔을 포함해 인당 100솔을 지불했다.
  • 여행사의 파비앙은 내려올 땐 가급적 말을 타지 말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종종 말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말에서 낙상하는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며칠 전 여행객이 낙상으로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며;;; 특히 비 올 땐 땅이 미끄러워 더더욱 위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왕복을 선택;;;
  • 비니쿤카 꼭대기에는 물이나, 맥주, 음료수, 간단한 스낵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음.
  • 해발 5000M가 넘는 곳으로 고산병에 주의. 실제 투어가 끝나고 쿠스코로 복귀하는 중 차에서 내려 구토하는 사람도 있었고, 나 역시 쿠스코로 돌아와 엄청난 두통으로 바로 뻗었음.



잉카 원주민 아줌마와 내가 타고 간 말의 모습


말을 타고 오는 와이프 모습


비니쿤카 입장료



 빨간색 저고리에 널따란 치마, 쟁반 같은 모자를 쓴 키 작고, 부끄러운 미소를 띤 잉카 아줌마 말을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잉카 아줌마처럼 키가 작은 말이었지만 막상 올라타고 보니 꽤나 높았다. 말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기에 초반은 많이 어색했다. 말을 타고 있지만 걷는 거만큼이나 힘들었다. 서서히 말의 리듬에 익숙해져 갔다.





비니쿤카를 오르며 만나는 풍경들


비니쿤카를 오르며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말을 타고 비니쿤카를 오르는 나의 모습


비니쿤카 트래킹 풍경


안데스산맥의 모습


풀을 뜯고 있는 알파카들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과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내려앉은 하얀 구름,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과 그 아래 한가로이 키 작은 풀을 뜯는 알파카들, 그 뒤로 힘 있게 솟아있는 눈덮인 검은 안데스산맥까지. 이 모든 게 합쳐져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 코로 빨려 들어오는 맑은 공기와 눈으로 들어온 시원한 풍경은 온몸을 깨끗이 정화시켜주는 거 같았다.





 중간중간 가파른 경사에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 올라갔다.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숨이 찼다. '확실히 높긴 높구나.'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힘듦을 넘어 고통스러워 보였다. 길 옆 풀밭에 누워있는 사람도 보였다. 순간 말을 타기로 한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구나 싶었다. 헥헥 거리며 땅만 보고 걷기엔 지금 이 풍경이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해발 5000미터 표지판 앞에서 사진 촬영


무지개산 비니쿤카의 모습


무지개산 비니쿤카의 모습


비니쿤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오르는 사람들


비니쿤카의 모습


무지개산 비니쿤카 모습


비니쿤카 꼭대기의 강아지


비니쿤카에서 고프로로 촬영한 셀카



 마지막 비니쿤카 능선을 오르는 코스는 말을 타고 갈 수 없었다. 잉카 아줌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올라갔다 오라고 했다.(손짓 발짓으로 이뤄진 대화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능선을 향해 올랐다. 여러 색상을 띄는 화려한 비니쿤카의 능선이 올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하니 주변이 시원하게 탁 트였다. 갈색, 연노랑색, 연두색, 하늘색 등의 다채로운 색깔 층이 능선을 따라 겹겹이 포개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칠 때마다 그 색이 울긋불긋 더욱 선명하고 진해졌다. 아름답고도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비니쿤카에서 내려가는 길 풍경


말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


말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


비니쿤카를 트래킹을 함께한 말의 모습



 머리 위로 먹구름이 스멀스멀 몰려오고 있었다. 함께 올라온 가이드의 안내로 사람들은 하나둘 비니쿤카를 내려갔다. 능선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잉카 아줌마랑 다시 만나 말에 올라탔다. 밀려온 먹구름은 눈이 아닌 우박을 뿌렸고, 나를 태운 말은 천둥 같은 소리로 바귀를 껴댔으며, 그 옆을 지나던 외국인 누나는 말 방귀 소리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걸 보고 나와 잉카 아줌마는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올라올 때는 더없이 평화로웠는데 내려갈 땐 제대로 카오스였다. 혼돈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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