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섬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곳, 모아이 채석장 라노 라라쿠(Rano Raraku)를 가다



글,사진 | 미뇩사마,기므네



이스터섬 여행 3일째.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늦은 아침, 와이프는 잠을 선택했고 난 라면을 선택했다. 칠레 산티아고 한인마트에서 사온 辛라면 이었다. 꾸물꾸물 늦장을 부리다 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저녁 숙소로 돌아오면서 봐뒀던 항가로아 Playa Pea 해변 근처 카페(Mikafé)로 향했다. 배고픈 와이프의 브런치 타임이었다. 따뜻한 커피와 파니니를 주문했다. 하얀 뭉게구름이 해변으로 밀려들어왔다. 기분 좋은 여유로움이었다.



+ 목적지인 라노 라라쿠 가느길


+ 멀리 보이는 라노 라라쿠 모아이 석상들



+ 라노 라라쿠 입구에서 낮잠 중인 고양이


+ 라노 라라쿠 국립공원 입구



오늘의 처음 목적지인 라노 라라쿠(Rano Raraku)에 도착했다. 과거 모아이 석상을 만들던 곳. 모아이 공장인 셈이다. 이스터섬 국립공원 입장 티켓을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라노 라라쿠오롱고(Orongo)는 국립공원 입장 티켓으로 1번씩만 입장할 수 있다.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국립공원은 무제한 입장이 가능하다.



+ 라노 라라쿠(Rano Raraku) 위치










라노 라라쿠(Rano Raraku) 화산 아래로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모아이 석상들이 뒤죽박죽 서있었다. 모아이를 만들던 곳답게 군데군데 완성되지 않은 모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떠내다만 모아이들이었다. 반쯤 몸이 묻힌 채 기울어져 있는 모아이, 쓰러져 코를 땅에 박고 있는 모아이,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모아이등 이제야 뭔가 이스터섬만의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신비로운 느낌은 없었다. 남태평양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익숙했다. 가지런히 세워진 모아이들은 신비로운 느낌보단 관광지의 인공적 조형물 같았다. 정말 형태가 조금 다른 돌하르방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라노 라라쿠(Rano Raraku)는 완전 달랐다. 이스터섬에 오기 전 기대했던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다. 자연스러웠고, 인공적이지 않은 이 느낌이 좋았다. 무심히 툭툭 박혀있는 모아이들이 신비한 기운을 풀풀 풍겨댔다. '거인들이 체스판의 말을 움직이듯 모아이 석상의 머리를 집어 올려 이리저리 옮겨 놓은 건 아닐까?' 재미난 상상을 해봤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처음 이 섬을 발견한 네덜란드 탐험가 J. 로게벤은.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딜 때 정말 별 기대 없지 않았을까? '이 작은 섬에 뭐가 있기는 하겠어?' 이런 생각이었겠지. 그러다 마주한 광경이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에 줄지어 서있는 거대 모아이 석상들이었을 테고...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저 멀리 서태지 모아이(Moai)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아후 통가리키(Ahu Tongariki)가 눈에 들어왔다. 











꽤 오래 구경을 했다. 고프로를 이용해 타임랩스 촬영도 했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모아이 뒤로 빠르게 구름이 지나갔다. 모아이들이 있는 곳 반대편으로 올라가니 라노 라라쿠(Rano Raraku)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분화구 가운데는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작은 담수호가 있었다. 담수호 주변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우리 맞은편에도 무심히 모아이 석상들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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