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관심사 : 커피


글 • 사진 | 미뇩사마

단 걸 싫어해 나에게 커피는 언제나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짧은 기간이었지만 시럽과 함께였던 적도 있다.) 무엇보다 자주, 많이 먹는 음료이긴 했지만 '카페인 충전용' 딱 거기까지였다. 카페를 가는 이유도 커피보단 그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브뤼스타 전기포트


별다른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자주 마시다 보니 좀 더 맛있게 먹을 순 없을까 하는 생각에 필터 커피세트(핸드드립 세트)를 구입했다. 칼리타 드리퍼, 서버, 주전자... 핸드 밀까지. 원두도 그 당시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강릉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에서 구입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커피를 내렸는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한 탄내와 쓴맛. 뭐지? 향긋하고 부드러워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달달하고 고소하던가. 그땐 잘 몰랐다. 분쇄 도도, 물의 온도도, 그리고 원두 로스팅도.

조금 나아진 지금의 내가 봤을 때 그때의 패착 원인을 다음과 같이 유추해볼 수 있을 거 같다. 먼저 내가 선택했던 원두는 중강배전 블랜딩 원두였고, 그닥 성능이 좋지 않은 세라믹 날이 장착된 핸드밀로 원두를 갈아 분쇄도도 불규칙, 미분도 많았다.(아마 분쇄도도 많이 가늘었을 듯.) 거기다 물의 온도도 정확하지 않았다. 온도계가 없었고 물을 끓인 뒤 드립 주전자로 옮겨 담아 온도를 조금 낮춘 정도였다. 이를 종합해보면, 그때의 커피는 아마 강배전 원두의 과추출로 인해 쓴맛을 넘어 탄맛의 경지까지 올라왔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난 필터 커피의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질 못했다. 중간중간 주말 아침마다 내려마시긴 했지만 와이프에게 선뜻 내밀 수 없는 그런 커피의 연속 었다. 😱☕

전동 그라인더들...


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난 두 번째 커피 도약을 위해 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했다. 훌륭한 맛을 찾는 여정이라 나 자신을 포장했지만 사실 핸드밀이 힘들었다. 귀찮기도 했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때 그 전동 그라인더를 샀을까 싶다. 칼리타에서 나온 "나이스 컷 밀"이라는 제품이었는데 꽤나 이뻤다.(그래서 샀던 거 같다.) 한참 후에나 알았는데 이 그라인더는 곱게 갈아봐야 모카포트 수준이었다.(필터커피 전용) 사실 모카포트용으로도 좀 굵었다. 그만큼 뭘 잘 몰랐다. 평소 "한 방에 가자!" 주의였는데 커피 쪽만큼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중 지출이다. 하...

과거의 난 저랬지만 이젠 어느 정도 달라졌다. 배움을 통한 진화랄까? 아니 브레이크 없는 지름이 좀 더 맞는 표현이겠다.(이게 다 네이버 홈 바리스타 클럽 때문이다.) 카페를 들락거리며 많은 것을 주워 들었다. 관심 있는 주제라 그런지 (오랜만에) 재미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좁은 원룸 방에는 니체 제로와 바라짜 엔코, 브뤼스타, 플레어 58(flair58) 등 와이프가 보면 안 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들키면 등짝 스매시 각) 몇 개는 진짜 당근에 팔아야겠다.


평소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커피보다 필터 커피를 더 많이 마시니 반자동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은 구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동 머신으로 구입했다. 하루 한 잔 또는 이틀에 한 잔 정도라 수동 머신이 딱이었다. 현재 니체 제로는 에스프레 소용, 바라짜 엔코랑 칼리타 나이스 컷 밀은 필터 커피용으로 사용 중이다.(사실 칼리타 나이스 컷 밀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분쇄 균일도가 엔코보다 별로라) 필터 커피는 많이 내려보고, 많이 마셔봐서 어느 정도 감이 있는데 에스프레소는 추출이 거의 처음이라 아직도 어리바리하고 있다. 출근 전 하루는 필터 커피 또 하루는 에스프레소를 뽑아 가는데 에스프레소 뽑는 날이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불쾌한 맛없이 괜찮게 내려진 에스프레소로 아메리카노 만들어 마시면 일이 쪼끔 더 잘 되는 거 같긴 하다.

커피, 오랜만에 빠진 취미인데 아직까진 굉장히 느낌이 좋다. 홈카페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 스타일도 찾았고, 새로운 커피 맛에도 눈을 떴다. 단점이라면 많아진 지출과 웬만한 카페 커피는 맛이 없어(옛날에는 어떻게 마셨는지 모를 엄청난 쓴맛) 먹질 못하겠다 정도... 입이 고급이 됐다기보단 밖의 커피가 너무 대충 내렸다고 보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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