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나왔던 그곳, 후쿠오카 카즈토미



글·사진 | 미뇩사마·그뤠이스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 그리고 카즈토미]


 현재 시즌 7까지 나왔을 정도로 나름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나 역시 이 드라마를 좋아한다. 장소와 음식 그리고 분위기. 이 3가지의 군더더기 없는 흐름이 드라마에 그리고 주인공 고로상에 빠져들게 한다. 왜 드라마 이야기로 시작했나 하면 오늘 찾아갈 곳이 바로 고독한 미식가 후쿠오카 편에 나왔던 음식점이기 때문이다. 나카스 강변 근처에 위치한 카즈토미(一富)라는 곳으로 밥집이라기보단 술집에 가깝다.(참고로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후쿠오카 편에도 나왔던 곳이다.)



[카즈토미 위치]


NINGYOU SYOUJI[NINGYOU SYOUJI 거리]


카즈토미[카즈토미 식당 입구]


[고독한 미식가를 따라해봤다]



 'NINGYOU SYOUJI'라는 일본 느낌 물씬 나는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카즈토미를 찾을 수 있다. 기념으로 골목 앞에서 고독한 미식가 고로상과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어봤다.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은 많이 없었다. 사실 전날 저녁에 왔다가 자리가 없어 예약만 하고 나왔었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바로 옆에 앉은 커플 손님도 한국 분들이셨다. 「고독한 미식가 보고 오셨죠?」 남성분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대답과 함께)




[기본 안주 : 끈적한 해초 무침(?)]


삶은 땅콩[기본 안주 : 삶은 땅콩]



메뉴판[한글 메뉴판]



 다행히 한국어 메뉴판이 있었다. 잘못된 표현은 고치고, 빈약한 부분은 설명을 보탠 이곳을 찾았던 한국 분들이 직접 첨삭한 메뉴판이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그분들의 배려심이 느껴졌다. 먼저 맥주를 한 병 시켰다.(참고로 생맥주는 없었다.) 기본 안주로 삶은 땅콩과 끈적한 해초 무침(?)이 나왔다. 많은 메뉴들 중 어렵사리 4가지를 선택했다.



 한국어 메뉴판에는 가격이 적혀있지 않았다.(일본어 메뉴판은 안 봐서 모르겠다.) 주문 후 얼만지 물어보면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히 알려주시긴 하는데 감이 안잡히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가지튀김[된장소스를 올린 가지튀김]



 기본 안주로 맥주를 2/3 이상 마셔 갈 때쯤 첫 번째 음식이 나왔다. '된장 소스를 바른 가지 튀김' 가지 요리를 좋아하는 와이프가 주문한 요리로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서 백종원 아저씨가 주문한 요리이기도 했다. 입안에 넣었다. 폭신한 가지가 눌리자 그 안을 가득 채웠던 수분이 주욱 흘러나왔다. 올려진 달달한 된장 소스와 가지의 수분이 입안에서 합쳐졌다. 조림 가지 요리와는 다른 산뜻함이었다. 쥬시 그 자체!



고구마소주[고구마 소주, 온더락]


일본 소주



미소시루[바지락 미소시루]


생선구이[정어리 생선 구이 + 유자고추]



 맥주는 금세 동이 났다. 후쿠오카에서 유명하다는 고구마 소주(이모소주, 芋焼酎)를 한 잔 추가로 주문했다. 고구마 소주는 따뜻한 물을 타서 먹는 오유와리(お湯割り) 방식이 맛있다고 하던데 등에 땀이 삐질삐질 나는 지금 오유와리는 무리였다. 난 얼음을 타서 먹는 온더락(록꾸, On the Rock)으로 주문했다. 아무래도 향이 덜하긴 했지만 입안을 휘감는 시원함과 깔끔함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목넘김에 올라오는 은은한 고구마 향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소주 마시는 방식

  • 미즈와리(水割) : 술에 물을 타서 마시는 방식, 술에 물을 타는 거지 물에 술을 타는 게 아니다. 순서에 주의. 물 대신 탄산수를 넣으면 하이볼이 된다.
  • 오유와리(お湯割り) : 술에 따뜻한 물을 타서 마시는 방식.
  • 온더락(On the Rock) : 술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방식.


 계속해서 바지락 미소시루와 생선구이가 나왔다. 새끼 정어리구이였는데 함께 나온 유자고추(처음엔 와사비인줄 알았다.)를 살짝 올려 먹으니 은은한 유자향이 별로 없던 마지막 비린 맛까지 싹 잡아줬다.




오차즈케[명란 오차즈케]



 '명란 오차즈케'를 마지막으로 주문했던 모든 음식이 나왔다. 명란과 해초가 주는 짭짤한 감칠맛이 훌륭했다. 별거 없는 음식을 별거 있게 만들어준달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 풀릴 속은 없었지만 이걸 먹으니 괜히 해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곳의 마지막 요리로 강추!


 오차즈케(お茶漬け) : 쌀밥에 녹차를 부어 먹는 음식, 녹차에만 밥을 말아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쓰오부시 육수와 녹차를 섞은 것에 밥을 마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가 주문한 4가지 음식을 맛보는데 2시간 정도 걸렸다. '주문한 음식 까먹으신 거 아니야?'란 물음이 들 때쯤 하나씩 나왔다. 요리 하나당 나오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요량으로 이곳을 찾는 건 비추다. 술과 한 가지 안주의 가벼운 느낌이지 밥을 메인으로 먹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테이블이 꽉 차지 않았을 때도 이 정도 속도이니 평일 사람이 많을 때는 훨씬 심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항상 웃으며 주문을 받고, 외국인의 물음에 친절히 대답해 주는 아줌마와,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음식을 내어주는 아저씨가 좋았다. 가게를 나서는 우리 등 뒤로 요리사 아저씨의 '감사합니다.'란 어눌한 한 마디에 진심이 느껴졌다. 다음에는 느지막이 이곳을 찾아 고구마 소주 오유와리 한잔해야겠다.


주문한 음식 가격

  • 된장 소스를 올린 가지 튀김
  • 생선구이
  • 바지락 미소시루
  • 명란 오차즈케
  • 밥 한 공기
  • 맥주 1병
  • 고구마 소주 한 잔

 위(△)와 같이 먹고 총 5,800엔이 나왔다. 비싸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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